오늘은 제레온 아저씨가 왔다. 크리스티네는 집에 있는 모양이다. 이때가 기횔세라 작은형은 작은형답게 아저씨에게 찰싹 붙어있고 큰형은 제레온 경께 실례라며 벨져 벨져 부르기에 여념이 없다.
작은형이 제레온 아저씨에게 잘 보이려 하는 모습은 정말 우습기 그지없다. 항상 콧대 높은 형이 눈치를 살살 보며 눈을 가늘게 살며시 감는 그 얼굴이란. 항상 나를 발로 꾹꾹 누르며 기고만장하게 미소 짓는 평소의 작은형과는 천지 차이다.
큰형이 작은형을 부르며 또 잔소리지만 아니나 다를까. 제레온 아저씨가 작은형을 내버려 두란다. 작은형이 이겼다. 어라? 언제나의 큰형이라면 여기서 저도 모르게 제레온 경, 하고 대꾸가 나가야 할 텐데 오늘은 찍소리 못하고 뒤로 물러났다. 이글 잠깐 나가 있는게 좋겠다. 나는 큰형의 손을 잡고 방을 나왔다.
밤에는 어쩐 일인지 큰형이 책을 다 읽어줬다. 책 읽어줄 나이는 한참 지났는데. 애 취급 하는 거야? 화를 냈지만 큰형은 아무 말 없이 나를 침대로 꾹꾹 눌렀다. 큰형이 옆에 누워 책을 펴고 나는 형의 낮은 목소리를 들었다. 그러다가 노크 소리가 들렸다. 큰형이 자는 척을 하라 했다. 형의 얼굴이 무서웠기에 얌전히 눈을 감았다. 형이 내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는다. 문이 열린다. 아버지였다. 다이무스가 책을 다 읽어 주는구나. 아버지의 목소리에 잠이 달아난다. 네 재밌어 보이는 책이 있길래요. 형이 말했다. 형제간에 사이가 좋으니 보기가 좋구나, 잘 자렴. 안녕히 주무세요 아버지. 문이 다시 끼익 끼익 소리를 낸다. 새카만 밤 속에 발소리가 사라지고 큰형이 나를 감춘 이불을 걷었다. 자, 책을 마저 읽자, 이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