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7일자 전력 그림자. 다무벨져 / 담벨
뒤따르는 빛
주제는 그림자인데 졸다가 30분만엨ㅋㅋ큐ㅠㅠㅠ...아니 40분이엇음다
내가 멀썼나~~~~~~
그림자조차 한발 늦을 섬광이 줄곧 뒤에 있으리라 믿었더란다.
세 살 어린 첫째 동생은 섬광이라 불리는 사내였다. 빛과 같은 속도로 달려나가 적이 눈을 깜빡인 순간 모든 것을 끝내는 두 칼을 가지고 있었다. 홀든이 그러하듯 제 키만큼이나 거대한 칼이 하나, 그보다 작은 칼이 또 하나. 남들은 가지지 못한 힘이 무거운 쇠붙이를 제 몸 다루듯 자연스레 움직이게 했다.
그림자는 동생의 승리가 확실해졌을 즈음 다시 그 몸에 붙는다. 함께 나간 임무에서 다이무스는 적이 쓰러지는 순간 동생에게 달라붙는 그림자를 보았다. 그림자조차 따라붙지 못하는 섬광, 그 빛을 제법 자랑스레 생각했다.
――할 수 있겠지? 벨져.
――흠.
운명이 다른 길을 제시했던 그 임무를 벨져는 다이무스 없이 나서야 했다. 홀든의 다른 검사들을 이끌고 회사의 명에 따라 연합의 수장을 추격하는 임무. 다이무스는 동생이 무리없이 그 일을 해내리라 생각했으나 언제나 그러하듯 벨져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가로젓지도 않는다. 녹빛이 스며든 차가운 시선이 옆을 향했다. 눈이 부실정도로 강렬한 노을이 유리너머에서 쏟아져들어오고, 창가에 서있던 동생의 창백한 피부를 주홍빛으로 물들였다. 바닥에 깔린 새빨간 융단으로 어두운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다. 그 그림자가 두갈래로 갈라졌음을 다이무스는 기억한다.
벽 뒤에서 빛을 피한 다이무스는 손을 뻗는다. 커튼을 옆으로 밀어 빛을 막아내고 벨져는 그 움직임에 제 형과 눈을 마주한다. 오만하고 아름다운 입가를 살짝 끌어올려 미소짓는 얼굴은 커튼 뒤의 얄팍한 어둠에 잠겨있었다.
"제법 로맨틱한데?"
"무슨 말이냐, 벨져."
"따가운 햇살을 가려주다니. 형 답지않게 로맨틱하잖아? 나는 레이디가 아니지만… 그래, 지금만큼은 다이무스 홀든 경의 레이디가 되어줘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군."
반문할 새도 없이 둘째는 첫째의 손을 잡는다. 익숙한 동작으로 음악 한 점 없는 방에서 왈츠가 시작된다. 이게 무슨 뜬금없는 짓인가. 다이무스는 미간을 좁히면서도 벨져의 움직임에 맞추어 몸을 움직였다. 매사에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한 동생. 이 첫째 동생이 설마 여성의 파트까지 이리도 능숙할 줄이야. 다이무스는 내심 놀라며 융단을 밟아나갔다. 귓가에 없는 소리마저 들리게 하는 무음의 왈츠를 계속하면서도 그림자가 갈라지는 꼴을 보고싶지 않아 제법 열심히 신경썼다.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고는 있나 벨져."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있지, 형. 이상해. 정말로, 이상해."
이상하리만치 기분이 좋아. 벨져는 어딘가 잔뜩 들뜬 목소리로 그리 말하곤 다이무스에게 입을 맞췄다. 춤이 멈춘다. 다이무스는 저도 모르게 벨져의 손을 꽉 쥐었다. 소리가 그쳤다. 벨져. 그만 열려버린 입술 사이로 살점이 들어오고 어느새 한 손은 동생의 허리를 끌어안고 있었다. 그래 키스는 이렇게 해야지 형. 벨져가 속삭인다. 자신을 부르는 호칭에 그만 숨이 멎어버릴 것 같았지만 듣지 않은 체를 했다.
벨져가 패배했다는 소식이 들려온 건 그로부터 얼마 뒤 였더라. 화들짝 놀란 다이무스가 서둘러 임무를 끝마치고 집에 돌아가니 그날과 같은 방에서 같은 노을에 젖은 벨져가 다이무스를 맞이했다. 어울리지도 않을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채로. 그림자는 그 몸에 잘 붙어 있었다.
작은형이 미쳤나봐. 뒤따라 들어온 막내가 뒤에서 까르르 웃는다. 너만 할까. 벨져가 또 웃는다. 둘째와 셋째의 대화는 언제나와 크게 다를바가 없었다. 그렇기에 다이무스는 내심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았으나, 그 안도는 다음날 해가 뜨고 모두 사라졌다.
몇 년이 흘렀다. 아직도 묘연한 둘째의 행방에 다이무스는 조바심을 품기 시작했다. 그림자보다 빠르게 움직일 몸을 찾느니 한 발 늦을 그림자를 찾는게 빠르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사방으로 행방을 수소문했다. 막내는 알아도 안 알려 준다며 입가를 올렸다. 그 얼굴이 그 때의 둘째와 똑 닮아있었다.
먼저 돌아온 것은 역시나 그림자였다. 빛은 아직 찾지 못한 채 막내가 남겨진 그림자를 주워 집으로 돌아왔다.
"큰형 미안, 좋지 못한 소식이야."
막내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있었음을 다이무스는 기억한다. 등에 업힌 신체가 빛이 아님을 알고있다.
선혈이 뚝뚝 떨어져 새빨간 양탄자에 그림자마냥 검붉게 달라붙는다. 그나마 분홍빛을 유지하던 입술은 파랗게 질리고 오만한 표정은 온데간데 없다. 이것은 벨져의 그림자였다. 그림자를 찾았으니 섬광 또한 금방 찾을 수 있으리라. 다이무스는 작게 안도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15.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