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미님과 트윈지. 빨간책이에여.
벨져가 고양이 귀꼬리를달고있는...릭벨. 냥벨책이에여. 아니 페도냥인가...여튼 그렇습니다
저는 쫌 수인같은 느낌입니다. 개그.
5코자리:B43/디페도 들구가여
R19/A5/46P/6000원
회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슬슬 날이 어두워지고 저녁 식사가 다가오는 시간. 평소라면 조용해야 할 거리가 소란스럽다.
야옹야옹 귀를 자극하는 고양이들의 울음소리. 한두 마리는 아닌 소리를 들으며 릭은 그리 생각했다. 다 큰 것들은 아닌 듯한데, 그러면 어린놈들이 무슨 일로 이리 울어대는지. 심지어 썩 즐거워 보이는 소리도 아니다. 어린아이들의 다툼인가? 아이들의 소란에 굳이 관심을 주지 않는 게 현명하다 판단하면서도 귀는 자연스럽게 그 소리에 열중한다. 그래도 릭은 관련되지 않으려 했다. 애석하게도 그 다툼이 릭이 피할 수 없는 곳에서 일어났을 뿐이지.
넓지 않은 골목이다. 그런 골목에 아무리 아이라고는 해도 한 무리가 들어차 있으니, 지나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앙칼진 고양이의 울음소리에 웅성거림까지 섞여 귀가 시끄럽다.
눈앞으로 빼곡한 아이들의 무리. 좋게 봐줘야 열다섯 여섯쯤 될까. 높아야 턱선 정도까지 오는 머리 위로 뾰족한 귀가 있다 없다 하는 것이 인간과 고양이가 섞여 있는 모습이었다. 그 너머에서 무리와 대립하고 있는 건 하얀 머리카락, 하얀 귀꼬리가 달린 고양이다. 이 근방에서는 본 적이 없는 얼굴인데. 역시 영역 다툼인가? 아이들 간의 소소하고 장난스러운 영역 다툼이야 이따금 있곤 하니 놀랄 일도 아니다. 다만 이렇게 크게 무리를 지어 하나를 상대하는 경우는, 심지어 이렇게 앙칼진 소리를 내는 거의 없을 텐데.
뒤편에서 자신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눈치를 챘는지 뒤에 서 있던 아이 중 한 명이 릭에게 시선을 돌린다. 아, 인간 형아다. 얼룩덜룩한 귀를 가진 고양이의 말에 옆에 있던 인간의 아이와 붉은 고양이가 릭을 보았다. 괜한 일에 얼굴을 내밀고 싶지 않았지만. 내심 한숨이 터졌다.
“무슨 일이니?”
떨떠름한 미소로 말을 건넨 릭과 세 사람의 눈이 마주친다. 누구야? 저기 아파트 사는 형이잖아, 가끔 봤어. 아 그 아파트? 짧은 대화가 끝나고 아이들은 쪼르르 일러바치기라도 하듯 릭에게 제 할 말을 내뱉는다.
“뭐하는 놈이냐고 했는데 저게 무시하잖아.”
“여긴 우리 영역인데.”
“기분 나쁘게 깔보고.”
“그래서 대장이 한마디 하고 있어.”
저기 봐.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앞쪽을 향한다. 릭도 그 시선을 따라 정면으로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잘 보니 본 적 없는 하얀 고양이와 대치하기라도 하듯 가장 앞에 선 건 갈색과 흰색으로 얼룩진 귀와 꼬리를 가진 아이다. 이 일대에서 자주 보이는 무리의 골목대장 격 고양이였다.
어린아이들에게 영역은 제법 중요한 문제다. 아이들의 작은 왕국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고양이들은 자신의 체취를 남겨 영역을 표시하고 대개 그 놀이에 인간의 아이가 뒤섞여 놀면서 무리를 형성한다. 하지만 이 시대에 와서는 어디까지나 아이들의 작은 놀이규칙에 지나지 않는다. 야옹야옹거리거나 게임을 해서 영역을 넓히고 어쩌고 하긴 하지만. 영역을 침범했느니 어쨌느니 본격적으로 다투는 일은 지극히 드문 일인데.
야옹 소리와 웅성거림에 섞여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네놈들 영역이라는 아무것도 아닌 사실과 내가, 무슨 상관이지?”
“어쭈 이게?!”
흥. 코웃음을 치는 하얀 놈에게 대장이 울컥 뛰어들려는 것을 뒤에 있던 아이가 붙잡아 막았다. 이런, 놔뒀다간 심해지겠는데. 릭은 아이들 사이를 지나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았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야. 너희도 그만 놀고 집에 가야지?”
“그치만!”
운이 좋은 걸까. 릭의 말에 편승이라도 하듯, 멀리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 엄마가 부른다, 나 갈게. 무리 중 한 아이의 이름이었는지 한 명이 쪼르르 그 방향으로 달려가 버렸다. 해는 이미 뉘엿뉘엿 저물고 옅은 어둠이 깔린 하늘로 별조각이 흩뿌려지기 시작한 때였다. 가로등이 깜빡거리며 켜진다.
아이들을 부르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대장 격인 아이는 볼을 잔뜩 부풀린다. 가엽게도 꼬리가 바들바들 떨며 부풀어있었다. 이어서 토라진 듯 릭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고, 곧이어 하얀 놈에게 눈을 잔뜩 찌푸린다.
“다음에 또 여기서 알짱대기만 해봐!”
분에 찬 말을 남기고 아이는 쪼르르 집으로 달려갔다.
대장 격인 고양이가 멀리 사라지자 남은 무리는 금세 흩어진다. 가로등이 밝아진 저녁. 모두가 집으로 돌아간 골목에 릭과 하얀 고양이만이 남는다.
하얀 것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그 표정 그대로 코웃음 친다. 이 녀석도 잘한 건 없을 텐데. 마른 웃음을 삼키며 릭이 먼저 입을 열었다.
“괜찮소?”
“네가 참견할 필요는 없었다.”
돌아온 것은 날카로운 푸른 시선과 릭을 쏘는 음성. 릭은 그 한마디로 아이들과 분쟁이 생긴 원인을 단번에 파악했다.
말꼬라지 하고는. 아무리 영역이 있다고는 해도 여기 사는 아이들이 다른 곳에서 온 아이에게 그렇게 날카롭게 대하는 성격은 아닐 텐데, 이런 고압적인 태도라면 누구에게나 살갑게 대하는 사람이라도 이 태도를 견디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으리라.
“너무 신경 쓰지 마시오. 내가 당신을 그냥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니까.”
“흐응…….”
네 입장이야 아무래도 좋다는 태도. 릭은 대체 뭐하는 고양이인가 싶어 전신을 훑어보았다.
하얀 머리카락 하얀 귀꼬리. 고급스런 차림새나 몸가짐으로 보건대 제법 있는 집의 아이겠지. 이 정도 용모면 스쳐 지나가더라도 얼핏하게나마 머릿속에 남지 않을 리 없으니 역시 처음 보는 고양이다. 이사라도 왔나 싶었지만 그렇다면 아이들이 그런 식으로 반응하지는 않았을 것 같고. 미아거나, 혹은 가출인가?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그 하얀 것은 릭의 옆을 지나치려 했다. 반사적으로 그 팔을 덥석 잡는다. 서늘한 푸른 눈이 흘끗 릭을 쏘아보고, 릭은 손을 놓으며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아, 미안하오…나도 모르게 그만. 이제 집으로 가는 건가?”
“아니.”
“갈 곳은 있소?”
“없다.”
가출이군. 명확한 대답이었으나 동시에 이렇게 솔직한 대답이 나올 줄은, 아니 뻔뻔한 대답이라고 해야 할까? 하여튼 너무나 별거 아닌 것처럼 나온 대답이 릭을 놀라게 한다. 그런 릭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아이가 말을 계속한다.
“네가 상관할 일은 아니야. 내 갈 길은 내가 알아서 해.”
여전히 콧대 높고 당당한 하얀 것의 말에 반박이라도 하는 건지. 그 배에서 꼬르륵하고 소리가 났다. 풋. 릭은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파란 눈이 릭을 쏘아본다.
“그대 뱃속은 그렇지만도 않다고 하는군. 간단한 식사라면 줄 수 있어. 집에 가라는 소리는 않겠다고 약속하지.”
저를 올려다보는 파란 눈을 가만 바라보았다.
워낙 날이 서 있기에 낯을 심하게 가리는가 했는데. 하얀 고양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무 말도 없이 릭의 뒤를 따랐다. 빈말로 내뱉은 건 아니었으나 그렇게 아이들과 투닥거리던 건 언제고 초면인 자신을 졸졸 따라오는 모습은 또 뭔지. 릭은 그 사실에 한마디를 하고 싶었지만 식사준비를 시작하고 하얀 것이 당연한 듯 식탁에 앉을 때까지 두 사람은 무언이었다.
식사는 달걀 후라이와 비엔나소시지가 몇 개. 간단한 샐러드. 그리고 토스트 두 조각씩. 조촐한 식사다. 저 어딘가 부티나는 고양이가 이런 걸 입에 댈까. 릭의 걱정은 다행스럽게도 빗나가서 하얀 것은 아무 말 없이 식기구를 들고 음식을 입에 대었다.
“이렇게 무작정 따라와도 괜찮은가 봐?”
릭이 샐러드를 한 입 넣으며 그리 물었다. 소시지를 포크로 집던 하얀 손이 멈춘다. 푸른 눈이 릭을 향했다.
“무슨 뜻이지.”
“모르는 사람 집에 이렇게 쫄래쫄래 따라와도 괜찮다고 배웠소?”
릭의 입술이 장난질이라도 하듯 곡선을 그린다. 머리 위로 솟은 귀가 작게 움찔했다. 하얀 것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눈을 찌푸렸다.
“네가 오라고 하지 않았나.”
“그러니까. 만약 내가 당신한테 나쁜 생각이 있었다면 어쩔 거였냐는 거지.”
그 말에 하얀 것이 파란 눈을 깜빡거리며 릭을 빤히 바라본다.
“그런 속셈이었나?”
놀라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서워하거나 화를 내는 것도 아니고. 덤덤하게 되묻는 말에 무어라 반응해야 하나. 릭은 입가에 띄웠던 미소를 굳히고 잠시 말을 잊었다. 뭐 이런 게 다 있지?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두고. 잠시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정면의 하얀 것을 본다.
“내 말은…….”
“아니면 됐어.”
해명의 말조차 가로막는 두 마디로 대화가 일단락되었다. 아니 이걸 대화라고 해야 하나. 도통 대화가 되지를 않는다. 하얀 것이 다시 음식을 입에 가져가고, 릭도 식기를 들었다. 릭은 눈앞에 놓인 조촐한 식사를 입에 대며 하얀 것을 다시 바라본다.
번듯한 차림이나 식기구를 다루는 품새. 묘하게 고상한 얼굴까지. 그저 추측에 불과하지만 역시 그냥 일반 가정에서 뛰쳐나온 가출소년은 아닐 것이다. 어디의 귀족 도련님이 집을 뛰쳐나온 걸까? 그렇다면 자신이 그 도련님을 주운 것일 테고. 귀족집 고양이쯤 되면 금이야 옥이야 살펴 모시고 심하면 감시까지 붙인다던데. 바깥에서 혼자 돌아다니는 어린 귀족 고양이라니. 하물며 이런 지극히 평범한 거리에서는 더욱 보기 힘든 존재다. 그리 생각하면 지금 눈앞의 하얀 것은 드라마나 영화에 나올 법한 우연 같은 일이라고 해야 할까.
식사가 끝나고 얼마 없는 접시가 모두 치워졌다. 커피? 우유나 주스도 있소. 하얀 것은 홍차라 답한다. 저렇게 뻔뻔할 수가. 그런 생각을 떠올리면서도 릭은 얼마 없던 티백을 찾아 홍차를 내놓았다. 번듯한 찻잔 대신 머그컵이었지만.
아이는 하얀 머그컵을 들고 가만 보다가 이내 아직 뜨거운 차를 입에 가져다 댄다. 릭이 입을 열었다.
“통성명이 늦었군. 난 릭 톰슨이오, 그대는?”
“벨져 홀든.”
벨져, 나쁘지 않은 이름이군. 짧은 시간 아이의 얼굴을 가만 보고. 다시 입을 연다.
집이라도 나왔소? 그런 셈이지. 부모님이 걱정하실 텐데. 상관없다.
짤막한 대화는 여전히 일방적이라면 일방적이다. 마른 웃음을 참으며 대화를 이어간다. 언제 집을 나왔소? 릭의 말에 벨져가 머그컵을 입에서 떼고 잠시 옆을 보며 생각에 빠졌다. 미간이 약간 좁아지며 눈을 찌푸리는가 싶더니. 다시 릭에게 시선이 향한다.
“사흘 전에.”
“계속 거리에 있었소?”
하얀 머리가 끄덕끄덕 위아래로 움직였다.
사흘. 어딘가로 훌쩍 여행을 다녀올 수도 있는 시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까. 아니, 아이가 홀로 집 밖을 떠돌기에는 충분히 긴 시간이 아닐 수 없으리라. 릭이 되묻는다.
“잘 곳을 구하기 힘들었을 텐데.”
“어렵지 않았다.”
“설마 사흘이나 이렇게 아무나 쫓아가서 잠자리를 받았다고?”
저도 모르게 놀라 눈이 커다랗게 뜨였다. 벨져는 머그컵을 내려놓으며 또 눈을 찌푸린다.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지? 잠은 적당한 벤치면 충분해.”
배려라고는 조금도 들어있지 않은 답변에 놀라지 않을 수가 있을까. 저런 속된 말로 비싸 보이는 모양새를 하고 노숙이면 충분하다니. 심지어 아무리 보아도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아이다. 위험하기 짝이없지 않은가. 그렇게 눈을 찌푸리면서도 릭은 약간 가슴을 쓸어내렸다. 저렇게 뻔뻔한 태도라는 건 아직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거겠지.
“그런 말을 들으니 다행이군. 당신 정도면 누가 해코지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어.”
벨져는 잠시 머그컵을 든 채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릭에게 시선을 맞추다가, 작게 코웃음 치고 다시 컵에 입을 댄다. 릭도 앞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삼켰다.
식사와 간단한 후식이 모두 끝나니 어느새 완전한 밤이 되어 있었다. 설거지를 마치고 수건에 손을 닦으며 몸을 돌린다. 하얀 귀를 쫑긋 세운 벨져가 어느새 멀뚱멀뚱 그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신세 많았군. 이제 가봐야겠다.”
고개는 숙이지 않는 채 벨져가 감사인지 아닌지 모를 말을 건넸다. 하얀 꼬리가 뒤에서 살랑인다.
갈 곳은 없다고 하지 않았나?
릭은 자신이 들었던 그의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 초면에 자신이 저 하얀 고양이를 재울 생각까지 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거기까지 신경 쓸 필요가 있을까. 라고 하면, 놀랍게도 지금의 자신은 여전히 이 하얀 것을 곁에 두기를 원하고 있었다.
“또 길에 널린 벤치 같은 데서 잠을 청하겠다고?”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
사납기는. 한쪽 입꼬리가 위로 올라간다. 하얀 귀가 솟은 머리의, 두 귀 사이에 손을 얹었다. 쓰다듬은 머리카락은 상상보다 부드럽다. 벨져는 잠시 움찔했으나 릭의 손을 쳐내지는 않는다.
“그럼 여기 머물다 가시오. 밖이 썩 안전하지 못하다는 건 그대도 알겠지. 식사도 함께한 사이에 그대가 봉변이라도 당하면 내 기분은 어떻겠소? 갈 곳이 있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그저 떠도는 중이라면 잠시 이곳에 있는 것도 괜찮은 제안 아닌가?”
푸른 눈은 저를 보는 릭을 빤히 바라본다. 그리고 고개가 밑으로 작게 숙여진다.
“…후에 사례하겠어.”
사선으로 숙인 얼굴을 가리듯 하얀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
그렇게 누군가 전후를 들었을 때 의아해하거나 혹은 실눈을 뜨고 볼 동거가 시작되었다.
어째서 출처도 불분명한 고양이를 집에 들였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릭 자신도 그저 웃을 수밖에 없으리라.
릭은 가출소년을 집으로 끌어들여 애먼 짓을 할 만큼 악한도 아니지만, 동시에 아무런 대가 없이 따듯한 밥을 먹이고 재워준다는 선행을 할 만큼 성자가 아니기도 하다. 그렇게 사고를 이어가다 보면 한가지 질문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첫눈에 끌렸나? 다시 웃을 말이지만 그랬을지도. 마음 한구석의 사심은 깨닫고 있다. 어떤 면에서건 처음 마주친 순간. 벨져 홀든이라는 존재가 릭 톰슨의 무언가를 자극한 것은 사실일 것이다.
식구가 늘었다 해서 큰 변화가 생긴 건 아니다. 벨져는 잠도 소파에서 잤고, 평상시 딱히 릭에게 말을 걸거나 귀찮게 하지도 않았다. 그저 아침에 일어나서, 혹은 집에 돌아와 음식을 준비하는 양이 조금 늘고 치울 접시가 하나에서 둘 정도 늘었을 뿐. 오히려 변화를 눈치챈 건 주변 사람이 더 빨랐다.
벨져와 함께 지낸 날을 두 손가락을 전부 써서 세야 할 즈음이었다.
이봐 릭, 너 요즘 고양이 냄새가 진득하게 나는데, 좋은 사람이라도 생겼냐?
어깨를 툭 치며 하하 웃는 친구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다. 고양이. 짐작 가는 곳이 없을 리 없었다. 출처를 모르는 아이를 집에 들였으니 누구에게도 벨져의 존재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었는데. 릭은 눈을 동그랗게 뜬다. 냄새가 나나? 웃으며 옷을 킁킁거려보아도 릭은 아리송할 뿐이다.
뭐, 인간은 모를 수도 있지. 같은 고양이니까 후각이 좋다고나 할까? 저기 매력적인 귀와 꼬리를 가진 고양이 친구들이 너에 대해 수군대길래. 어디하고 왔더니, 요 코는 못 속인다구? 지금쯤 네 사랑스런 짝도 인간 냄새가 난다고 주변이 까르르 웃고 있을 거다.
휴일에 본 기억이 맞는다면 지금쯤 벨져는 아마 자고 있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의 옷에 코를 대어 본다. 다시 몇 번 냄새를 맡아 보아도 릭으로서는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긴 자신의 체취를 기억할 수 있는 인간이, 혹은 고양이가 얼마나 있을까. 그래도 인간 친구는 지금까지 아무도 지적하지 않지 않았나. 아무래도 이 고양이 친구의 코는 생기긴 릭의 코와 똑같이 생겼는데 성능은 제법 다른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