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심장
디스아너드네타
마부님이랑 이야기했던 디스아너드AU. 죽는이야기있음. 아주AU(…) 충실하게
디스아너드...모르고봐도 문제는없을정도지만 디스아너드 마지 릭벨쩌러여 내맘대로ㅎ...아 여 여튼 설정 좀 제입맛대로 추가한거있고
그렇습니다. 약간의 그런...묘사는 있는데 19금은 아니라고생각합니다...
릭 하삐바...생일축하해...
릭 톰슨은 괴이한 사내로부터 심장을 건네받았다. 그 심장이 너에게 매 순간의 진실을 알려줄 거야. 사내는 그리 말한다. 심장은 릭의 손 안에서 작은 고동을 반복했다. 한손에 들어오는 붉은 핏덩이를 손으로 가볍게 쥔 채 릭은 그것을 가만히 바라본다. 움직이는 심장에서 피는 새어나오지 않는다. 소리가 들린다. 뭐가 어떻게 된거지? 머리로 들려온 목소리에 릭은 호흡을 멈췄다. 벨져.
복수를 해야한다.
릭의 태생은 여행자다. 태어난 곳을 떠나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이 나라에 정착하게 되었다. 그에게는 이상한 능력이 있었는데 공간을 비틀어 이어붙일 수 있는 것이었다. 인간을 이동시키거나 할 수는 없었으나 전투에는 그정도면 충분했다. 상금을 노리고 출전했던 무투회에서 어리고 푸른 두 눈은 릭에게 고정되었다. 준결승이 시작되기 전, 하얗고 고귀해보이는 아이가 릭에게 찾아왔다. 꼭 이겨야 해. 그리 속삭이며 뺨에 입을 맞추던 입술의 감촉은 놀라우리만치 보드랍다. 아이는 바다같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웃고 빠른 발걸음으로 대기실을 빠져나갔다. 그와 교차하듯 들어온 사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이봐, 황태자가 여기는 무슨 일이지? 릭은 그제야 아이가 벨져 홀든이라는 것을 알았다.
릭이 기억하는 벨져 홀든은 황제였다. 고향은 이웃 나라였는데 황제가 되기 위해 갓난아기 시절 양자로 들여졌다했다. 릭은 아직 황제가 되기까지 한참의 시간이 더 필요했던 그의 손에 이끌려 호위기사가 되었다. 까마득하게 어린 아이였다. 나는 네가 마음에 들어. 우승자가 된 릭의 앞에 다시 선 아이는 그리 말했다. 허리에나 간신히 닿던 시선이 올곧게 릭을 바라보았다. 릭 톰슨은 그날부터 벨져 홀든의 곁을 지키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릭을 그다지 좋지 못하게 보았다. 이방인이 황위를 물려받을 태자의 호위기사라니. 하지만 어쩌겠소 본인이 바라는 일인데. 황자도 이상한 바람이 들었어…. 들었소? 황태자가 골목에서 그 여행자에게 교태를 부렸다더군. 기질이 문란하다더니 사실인가봐. 소문은 반은 사실이었고 반은 허풍이었다. 릭은 그러한 풍문이 귓가에 들릴 때마다 쓴웃음을 지었다. 신경쓰지 마. 가느다란 두 팔이 릭의 목에 감긴다. 소문의 반은 사실이다.
릭은 누구보다 벨져의 곁에 가까이 있을 수 있었다. 호위 기사이니 당연한 것이었고, 호위 기사로서 있을 수 있는 거리보다 더욱 밀접한 거리를 벨져가 허가했다. 자나깨나 황제를 지켜야하는 몸이었기에 잠자리는 따로 없었다. 아니 굳이 다른 잠자리를 가질 필요가 없었다고 하는 쪽이 옳을 것이다. 침대는 하나면 충분하지, 그렇지 않아? 나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줄 거라 믿고있어. 제 옷을 잡아끌던 하얀 손을 평생 잊을 수가 있을까.
그렇게 릭은 벨져의 곁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가 황제의 관을 쓰는 모습을 몇발 뒤에서 지켜보았다. 왕관을 쓰고 홀을 들고. 예식의 틈을 타 푸른 눈이 릭을 향했다. 릭. 입술에 소리없이 떠오른 한 음절이 제 이름인 것을 릭은 안다.
벨져가 황위에 오르고 이따금 릭은 먼 곳으로 원정을 떠나야 했다. 걱정은 없었다. 벨져는 릭 못지않게, 아니 검을 다루는 솜씨나 편법을 제한 순수 전투능력은 릭보다 우위임이 분명했으니까. 어정쩡한 암살자는 그를 죽일 수 없었고 죽이지 못할 것이었다. 릭이 돌아올 때면 벨져는 자신이 나올 수 있는 한계선까지 나와 그 모습을 기다렸다. 늦었군. 입가를 끌어올리며 장난스레 말하는 그 발치에 무릎을 꿇고 손등에 입을 맞췄다.
릭은 제 손에 쥐어진 붉은 심장을 바라본다. 그대의 피는 새파랄 것이라 누구나가 입을 모아 말했었지. 하지만 그대만큼 붉은 피를 가진 사람도 없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소. 우리 사이는 아주 각별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그대의 피가 그렇게 따듯할 거라고 그런 식으로 알고 싶지는 않았어.
심장은 매 순간 자신이 아는 것과 알지 못할 것을 읊조린다. 그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릭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심장은 항상 말을 잔뜩 늘어놓고는 입을 다물었다. 목소리를 귀에 새겼다.
맹세는 벨져가 스물 셋이 되던 해에 행해졌다. 릭의 생일이 되기 바로 전날. 언제나처럼 같은 잠자리에 들려던 릭을 벨져가 침대 위에서 불러세웠다. 릭, 잠시만. 그리 말하며 침대 끄트머리로 무릎을 세워 다가오는 황제의 몸에는 얄팍한 흰색 실크옷이 전부였다.
"너에게 주고 싶은 것과 받고 싶은 것이 있다."
두 팔이 릭의 팔을 잡았다. 침대에 걸터앉은 채 저를 올려다보는 눈동자는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빛이다. 릭은 나즈막하게 웃으며 되묻는다. 말해보시오.
"너를 받고 싶어. 대신에…나를 주겠다."
"그대를?"
릭은 벨져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미 키스를 하고 살을 나눈 사이다. 잠자리를 하나로 한 지 몇 년이 흘렀던가. 이제와서 무슨 귀여운 말을? 그리 웃었으나 벨져의 표정은 여전히 진지하다. 나는 맹세를 원하는 거다 릭. 맹세라고? 녹색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대는 황제가 아니던가?"
황제는 맹세해선 안된다. 서로를 그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겠다는 맹세. 몸에 표식을 새겨 영혼에 각인하는 그 행위를 국가의 수장인 황제가 어찌 행할 수 있겠는가. 황제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언제나 나라 그 자체여야 하는데.
황제 또한 인간이니 불가능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반길 사람도 없을 뿐더러 율법상으로 금지된 행위임을 릭도, 벨져도 알고있다. 그런데도 맹세를 교환하고 싶다고?
"황제가 아닌 나를. 벨져 홀든을 주겠다."
이 말을 따라서는 안된다. 벨져는 황제이고, 지금의 황제는 벨져 홀든이다. 벨져 개인의 사적인 영역은 분명 존재하나 그 이전에 그는 황제가 아니던가. 만에 하나라도 발각되었을 때 두 사람을 기다릴 것은 파멸뿐임이 분명했다. 릭 자신을, 아니 벨져를 위해서라도 이 말을 따라서는 안된다고 몇 번을 중얼거리면서도 릭은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새겨질 부위는 스스로가 정하게 되어있다. 벨져는 릭의 오른쪽 어깨에. 릭은 벨져의 허벅지 안쪽에 각인을 새기기로 결정했다. 처음에 벨져가 지정한 부위는 자신의 왼쪽 가슴이었으나, 왼쪽 가슴에 각인을, 거기까지 입에 담고는 다음 순간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말을 철회했다. 누군가 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였다. 안타깝지만, 더욱 은밀한 곳이어야겠군. 그리 중얼거리는 벨져의 목소리가 침울하게 내려앉았다.
벨져가 먼저 릭의 어깨에 잇자국을 새겼다. 언제까지나 함께, 영혼이 닳아 없어지더라도. 혀로 붉은 피가 맺힌 잇자국을 핥으며 읊조리는 소리. 다음은 릭의 차례다. 다시 침대에 걸터앉은 벨져가 무릎까지 내려오는 길고 하얀 실크를 걷어올렸다. 릭은 무릎을 꿇고 눈앞의 하얀 허벅지를 양옆으로 잡아 벌린다. 조금의 저항도 없이 저를 받아들이는 그 사이로 얼굴을 묻는다. 릭, 맹세해. 머리 위로 떨어지는 목소리. 릭은 보드라운 살을 세게 깨물고 잇자국을 따라 맺힌 피를 소리내어 빨았다. 나의 영혼도 그대와 함께. 무덤까지 함께할 맹세였다.
이미 셀 수 없을 만큼 맞대었던 피부도 그 순간은 더욱 각별했다. 누구도 듣지 못하도록 소리를 죽이고 서로를 탐하기를 몇번이던가. 결합부에서 질척거리는 체액도 허리를 쳐올릴 때마다 살이 부딪히는 감촉도 허덕이는 숨소리도 모두 둘만의 것임이 분명했다.
벨져의 손이 릭의 손을 제 왼쪽 가슴으로 이끌었다. 애석하게도 그저 깨끗하게 보존된 피부는 남은 열기로 달아오른 탓에 약간 붉다.
"네가 가까워질때 가장 평온해지는 곳이다."
살갗 너머로 전해오는 고동.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피부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있다. 너에게 주고 싶었어. 속삭이는 말을 귀에 담았다.
릭 톰슨은 벨져 홀든을 잃었다. 황제가 스물 여섯이 되던 해에. 지금으로부터 머지 않은 과거에. 벨져 홀든의 심장은 영원히 멈췄다.
암살자였다. 원정에서 돌아온 릭을 벨져가 맞이했을 때에만 해도 그런 결과가 생기리라 예측할 수 없었다. 언제나처럼 벨져가 릭을 마중오고, 공중정원으로 향했다. 하늘이 넓게 펼쳐진 곳에서 릭은 원정의 결과를 이야기한다. 이야기가 거진 끝날즈음이었다.
처음에는 빛이 번뜩였다. 번개가 꿰뚫듯 두사람 사이를 가르고 그와 동시에 푸른 눈이 순식간에 뒤를 돌았다. 빛이 날아온 방향에는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았으나 코앞으로 들이닥친 쇠붙이가 눈앞에서 번뜩였다.
벨져의 두 검은 언제나 그 허리춤에 매여있었기에 벨져는 능숙한 손길로 검을 빼들었다. 앞을 가로막은 날에 부딪힌 쇠붙이들이 소리내어 바닥으로 떨어지고, 양손은 다시 한 번 검을 고쳐 잡는다. 릭은 주변으로 주의를 기울였다.
누구지? 날아온 방향을 보아도 도통 잡히지 않는 자객의 모습이 불길하다. 앞을 견제하는 벨져의 뒤에서 사방을 훑어보았으나 그저 조용할 뿐이다. 어떻게 된 거지? 같은 의문을 품은 푸른 눈과 시선이 맞으려던 찰나. 벨져의 코앞으로 다시 한 번 공간이 굽었다.
곁으로 뛰쳐나가려던 릭의 앞을 검은 망토의 그림자가 가로막는다. 벨져의 검이 자객의 공격을 받아치는 소리가 정원에 울려퍼졌다. 릭은 제 앞을 막은 그림자를 상대하면서도 주의를 벨져쪽에서 떼지 못했다.
순간이었다. 벨져가 검을 올려치는 것과 동시에 그 뒷편으로 다시 공간이 일그러지고, 다른 누군가가 뒤에서 벨져의 등을 찔렀다. 몸이 무너진다. 릭의 가로막던 그림자가 모습을 감춘다. 릭은 한걸음에 달려가 가까스로 쓰러지는 벨져의 몸을 지탱했다.
그 와중에도 검을 손에서 놓지 않은 황제는 숨을 몰아쉬며 몸을 일으켰다. 심하게 떨리는 몸은 그 상태가 썩 좋지 못하다는 증거였다. 자객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벨져의 복부는 꿰뚫린 부분에서 흘러나온 피로 새빨갛게 물들어있다. 입가로 선혈이 흘렀다. 바람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칼날이 허공을 찢는 소리. 사방에서 들리는 죽음의 기척 앞에 릭도 벨져도 속수무책이었다. 아무리 릭 톰슨이 다른 이는 가지지 않은 능력을 가졌다 해도 그 이상가는 능력을 가진 자 앞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반사적으로 릭은 벨져를 감쌌다. 저를 감싸는 릭을 밀치며 벨져가 고개를 든다.
릭, 도망쳐라.
쥐어짜듯 내뱉어진 소리에 이어 핏기없는 입술 사이로 피가 왈칵 쏟아졌다. 뒤에서 뻗어온 손이 벨져를 잡아당겨 릭에게서 떨어트린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붉게 물든 검으로 그 몸을 찔렀다. 푸른 두 눈이 크게 뜨이고, 감긴다. 릭의 뒷통수를 누군가가 후려쳤다.
릭은 벨져의 시체를 거두지 못했다. 황제의 시체가 사라졌다는 소문이 거리에 파다했다.
황제 시해의 범인으로 몰린 건 역시나 그 자리에 있던 릭이었다. 그 자리에 쓰러져있던 릭을 병사들이 끌고갔다. 릭은 쓰러져있던 사이에 무의식의 세계에서 괴이한 사내를 만났다. 사내는 심장과 힘을 주었다. 이것들을 어떻게 쓸지는 네가 정할 바지. 사내는 웃는다. 뭐가 어떻게 된거지? 심장의 목소리. 익숙한 목소리에 릭의 가슴이 내려앉았다.
그렇게 아껴준 황제를 죽이다니 배은망덕한 놈. 역시 타지인은 별수없다니까. 들었나? 죽은 황제에게 정인이 있었다더군, 아니나다를까 허벅지에 그게 있다더라니까, 각인이 말야. 역시 황제가 음탕하다는 소문은 사실이었어….
누명이 릭의 명예를 더럽혔다. 벨져가 죽은 시점에서 말뿐인 자신의 명예따윈 아무래도 좋았으나 벨져의 고결함까지 더럽혀지는 건 참을 수 없었다.
릭은 그저 복수를 위해 행동했다. 괴이한 사내가 준 심장을 손에 들고, 사내가 증폭시킨 제 능력을 십분 활용하면서. 벨져가 언젠가 릭에게 주었던 단검에 피를 묻혔다. 심장은 그 손에서 진실을 떠들었다.
늦은 밤. 릭 톰슨은 홀로 투기장에 섰다. 처음으로 벨져 홀든을 만났던 자리에서 밤바람을 맞는다. 아직 작은 아이였던 황제는 이제 세상에 없다. 상석에서 저를 내려다보던 푸른 눈동자는 이제 영원히 감긴 채다. 곧 복수는 달성될 것이다. 벨져에게서 목숨과 왕관을 앗아간 자를 왕좌에서 끌어내고 심장을 도려낼 심산이었다. 그 자리는 릭에게있어 벨져 홀든을 위한 자리였다. 벨져가 그곳에 앉아 이따금 옆에 선 제 모습을 곁눈질하던.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는 릭의 손에는 붉은 심장이 들려있다. 잠시 밤하늘을 바라보는 릭의 귓가로 심장이 속삭인다. 익숙하고 그리운 벨져 홀든의 목소리로 진실을 읊는다.
"투기장. 사람과 사람을…때로는 사람과 다른 것을 싸우게 하는 장소군. 인간의 유희는 때로 지극히 당연한 도덕윤리조차 잊게 만들곤 하지."
눈을 감는다. 이 음성을 조금도 남기지 않고 모두 기억해야 했다. 사전마냥 자신이 보았던 사실과 보지 못했을 사실, 느꼈던 감정을 털어놓는 이 핏덩이는 벨져 홀든의 잔상이었다. 시체조차 갖지 못한 릭이 가질 수 있던 유일한 것이다.
"한참 어렸을 무렵이군. 선왕은 결투를 즐겼다. 항상 나를 옆자리에 앉히고 웃으며 박수를 쳤지. 나는 관전이 그다지 내키지는 않았다. 남의 피를 보는 게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결투를 끝까지 지켜보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었고 나는 일을 충실히 해야 할 자리에 있었다. 따분하고 불쾌했다. 슬슬 앉아있기도 괴로워질 때였다. 그곳에서 너를 본 건."
문득 시작된 자신의 이야기에 릭은 시선을 내려 손에서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심장을 바라본다. 손을 올려 마주한다. 소리는 이어진다. 귀가 아닌 머리로 듣는 소리가. 그대로 릭의 영혼에 새겨진다. 어떤 잡상도 감상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릭은 심장이 담담하게 읊어내려가는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뿐이었다.
"첫눈에 깨달았다. 너를 가져야 한다고. 나를 너에게 주어야 한다고.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꼭 이겨야 해. 나는 네가 마음에 들어.
아직 한참 어렸던 벨져의 음성. 지금 막 속삭인 것처럼 귓가로 재생되는 목소리. 누구나 피도 눈물도 없는 황제라 했지만 릭에겐 그저 사랑스러운 벨져 홀든이었다. 누구도 믿지 못할 말과 호의를 릭에게 전하는 그 솔직함이 다른 사람에겐 잔혹함으로 비친다는 사실을 알고있었다. 나는 사실을 말할 뿐이다. 눈을 찌푸리던 표정을 기억한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누구도 믿지 못할 것이었다. 누구도 알아선 안될 비밀이었다.
그가 자신의 것이라고. 자신이 그의 것이라고. 벨져 홀든은 릭 톰슨의 것이었고 릭 톰슨은 벨져 홀든의 것이었다. 그리 속삭였던 맹세는 어디에도 공표될 수 없는 둘 만의. 둘 만의.
손이 떨린다. 호흡이 차오른다. 대화는 나눌 수 없다. 잔상은 그저 자신의 진실을 릭에게 떠들 뿐이다. 자꾸만 입가에서 맴도는 그의 이름을 억지로 삼키며 릭은 붉은 핏덩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내 마음을, 요동치는 심장을 평온하게 만드는 건 너뿐이었다. 네가 가까울 때 내 심장은 가장 평화로웠어."
이야기는 한 번 끊겼다. 이제 끝난 건가. 릭이 눈을 감으려는데, 부르는 소리가 울렸다.
릭.
호흡이 멎는다. 시간도 함께 멈추고, 릭은 입술을 꾹 다문다. 시야가 뿌옇게 흐린다. 입가가 둥근 미소를 만들었다. 마지막 구절을 듣는다.
"너를 사랑했다."
2015.12.13
when you are near my heart is at peace
디스아너드으으으 딸내미가 있어야하지만 차마 그거까진 쓸수없었다....
릭 생일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