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는 앙님!( @rehab_train ) 으흑흑 감사드려여
하이퍼돌발본
R19/카피본/B6/20P
표지는 크라프트
2000원
원작기반. 어쩌다보니 작아진 벨져와 별로 걱정이 없는 릭. 좀 개그.
용사님( @Im_herotic / http://heroicage.tistory.com )과 레토님( @leleleleto )
칵님( @holden_is_mine ) 지지님( @belokizer )께서 축전을 주십니다...
샘플은 금요일 저녁중으로 으흑
결국 행사 다끝나고야 샘플을.......................
퇴근 시간이 가까워 왔을 무렵이었다.
옆으로 지나가던 동료들이 히히덕거리며 릭을 보고 웃었다. 비웃음과는 약간 다르다. 그리 치적 거리지 않는 순수한 부러움 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우스운 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릭만 보면 갑자기 까르르 입을 돌리고 웃으니 릭으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 혹시 누가 등에 이상한 장난을 쳐놨나 했으나 어디에도 이상은 없다. 무슨 일일까. 혹시 삼십 분 남짓한 짧은 순간에 세상의 진리가 릭 톰슨을 보면 웃음이 나오도록 바뀌었나.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남녀 몇 명이 파티션을 에워쌌다. 조잘조잘 정신없이 수다가 터진다.
뭐야 톰슨, 숨겨둔 애가 있다며? 결혼엔 관심 없다고 하더니 벌써 애가 있었구만~. 아니야 설마 그 애가 이 심심한 톰슨 애겠어? 조카일 거라고. 하여튼 엄청 귀엽더라구요. 그래서 그 아이는 여자예요 남자예요? 톰슨 씨?
아이의 성별을 가지고 무슨 커피 내기까지 했다며 왁자지껄 분수가 쏟아진다. 숨겨둔 애? 귀여워? 무슨 소리인지 도통 짐작이 가지 않는다. 서른셋 신대륙의 회사원인 릭 톰슨은 분명한 독신이다. 애인이 있기는 하지만 그 애인이라는 사람의 성별 상 아이는 생길 리가 없기에 숨겨둔 애 같은 말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 아닌가. 아니면 조카라니 조카가 회사에 왜.
하지만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을 수는 없었다. 릭은 자신을 압박해오는 동료들에게 곤란한 듯 멋쩍게 웃으며 손을 젓는다.
“잠깐 진정해…애라니 무슨 말이오? 난 깨끗한 독시….”
“여 톰슨 주니어~, 아니 레이디인가? 아버지는 저쪽이란다.”
말을 마치기도 전에 들려온 말에 릭은 말을 멈춘다. 입구. 시선이 쏠린다. 톰슨 주니어? 약간 나긋하면서도 날 선 목소리. 그 목소리에 놀라 릭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 입구 앞에 선 얼굴을 확인한다. 나이는 열둘이나 셋쯤 될까. 어깨 언저리에서 찰랑이는 하얀 머리카락. 나이 탓인지 약간은 성별이 헷갈리는 외모. 상대는 아직 릭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릭을 가리켰던 남자를 반쯤 노려보고 있다. 릭은 헐레벌떡 가방을 들고 파티션을 뛰쳐나왔다. 일촉즉발의 상황에 그 앞으로 도착한다.
“릭이 내 아버지라고? 웃기지도 않는 농담이군. 세상 어느 아버지가 아들을…읍.”
황급히 입을 틀어막는다. 몸이 작아진 탓인지 손은 과하다 싶을 만큼 얼굴을 가렸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릭에게 집중된다. 릭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다가, 헛기침했다.
“벨져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오! 자 어서 나갑시다!”
그리고 냅다 달렸다. 인적이 없는 곳에서 게이트를 열어 집으로 돌아가, 버럭 소리를 쳤다.
“왜 회사까지 온 거요!”
벨져는 말이 없다. 머리까지 애가 되었나. 자고 있었기에 말없이 출근하기는 했지만 회사에 가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을 텐데. 야근이 잦다는 사실도.
회사가 어디라고 말도 안 했는데 잘도 찾아왔군.
까지는 말하지 않는다. 한 번 소리를 쳤더니 기분이 조금은 풀어졌다. 릭은 한숨을 쉰다.
“여튼…아까 같은 발언은 참아주시오. 쓸데없는 오해를 살 테니 말이지.”
“쓸데없는 오해라고? 네가 내 아버지라고 오해받는 것보다 쓸데없단 말인가?”
이번엔 벨져가 날카롭다.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소아성애자로 오인받겠소.”
“나와 잔다는 사실이 어째서 너를 소아성애자로 만드는지 모르겠군. 릭 톰슨. 내가 ‘소아’다 이건가?”
까딱까딱 옆구리에 손을 대며 짜증스레 눈을 찌푸리는 벨져. 릭은 고개를 푹 숙인다.
“벨져, 그대가 현 상황에 불만이 많은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이런다고 그대의 몸이 순식간에 쑥쑥 자라는 건 아니지 않소!”
“지극히도! 옳은 말이군. 릭 톰슨. 그런데, 이러지 않는다고 해서 쑥쑥 자라나?!”
벨져어어. 한 발도 물러서지 않으려하는 벨져에게 릭은 슬슬 울며 매달리고 싶을 지경이었으나 그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기에 그저 한숨만 쉬었다.
어제저녁, 벨져 홀든이 작아졌다.
원인불명. 아니 굳이 따지자면 릭의 탓일까? 언제나처럼 공간을 잇고 게이트로 몸을 던졌는데, 게이트를 빠져나온 순간 릭은 혼자였다. 폐허다. 약간 멀리 떨어졌나? 릭은 주변을 걷는다. 여기저기 둘러보아도 벨져는 온데간데 없었다. 벨져―― 벨져! 어디 있소! 두리번거리던 릭의 바짓자락을 무언가가 잡았다. 기껏해야 열둘 셋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다. 어깨에서 찰랑이는 하얀 머리카락에 옥빛이 도는 눈. 벨져와 닮은 것도 같은데. 벨져 홀든은 릭보다 일곱 살 연하이긴 하였으나 이렇게 쥐똥만 하지는 않다. 이런 황무지에 아이가 왜 있는 건지. 그러면서도 무시하고, 벨져. 벨져~? 벨져 어디 갔소. 그리 찾고 있으니 아이가 말하는 것이었다.
“어디 있긴, 여기 있지 않나.”
약간 높은가 싶긴 해도 분명 벨져의 목소리다. 생긴 것도 벨져같긴 한데. 너무 어리지 않은가? 릭은 눈을 동그랗게 뜬다. 당사자인 벨져는 아직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얼굴을 찡그리고 팔짱을 낀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입을 연다. 흠? 어째 네 키가 많이 커 보이는군. 그리 말하는 벨져의 복장은 사실 아주 묘하다. 옷은 쪼그라들지 않은 건지. 어깨 갑주는 보이지 않고 그를 제외한 윗옷만 어떻게든 입고는 있는 꼴이었다. 설마 자각이 없는 건가.
어쩌지도 저쩌지도 못하고 굳어있다가, 급한 대로 아직 상황파악이 안 되는 벨져를 들쳐업고 신대륙의 제 아파트로 몸을 날렸다.
벨져는 거울을 보고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제 전신을 몇 번이나 툭툭 치더니, 결국 수긍했다. 돌아갈 방법을 생각해봐야겠군. 크게 화를 내지도 슬퍼하지도 않는 목소리. 생각보다 적응력이 좋은 청년이라고 릭은 감탄했다.
열둘 셋. 릭에게는 벌써 이십 년도 전이다. 옷이 남아있을 리 없으니 결국 새로살 수밖에 없었다. 그대의 집에는 남아있지 않소? 그리 물으니 절대로 이 꼴을 하고 집에 가고 싶지는 않다고 결사반대다. 사긴 사야겠군. 릭은 한숨을 내쉬었다. 돈이야 벨져가 내겠다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내일 당장 원래 몸으로 돌아갈지도 모르는데 많이 사두는 것도 의미는 없지 않을까. 결국 외출복과 속옷 정도만 두세 벌 장만하고, 집에서 입는 옷은 적당히 남는 릭의 윗옷을 쓰기로 했다.
그게 어제의 일이었다.
몸이 저 꼴이라 잠이 많아진 건지. 아침에도 영 일어나지 못하는 벨져를 냅두고 바로 후다닥 출근했었지. 출근이라고 뻔히 알고 있었을 텐데. 야근이 잦다는 것도 분명 알고 있을 텐데. 평소보다 불안정하게 느껴지는 걸 보니 벨져도 꽤 당혹스러워하는 듯하다.
식료품 가게와 마트에서 적당히 늦은 저녁거리를 사서 릭의 아파트로 돌아간다.
그 와중에도 벨져는 계속해서 릭의 아들이라는 의혹을 받았다. 그새 회사에서 누가 여기까지 소문을 퍼트렸나? 아니 그게 가능할 리가 없다. 그러면 대체 어딜 봐서. 대체 어딜 봐서 나와 벨져가 부자지간으로 보이는지. 릭은 허탈한 웃음을 흘린다. 벨져의 현재 외관상 나이는 10대 극 초반. 열둘이나 열셋쯤일까. 릭이 20대 초반에 사고를 쳤다면야 가능할 나이긴 하지만…. 얼굴 자체가 다르게 생긴 벨져와 자신이 어딜 봐서. 어딜 봐서.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영 답이 나오지 않는다.